염치읍 동정리 마을일기

활동 처음으로 마을을 평일에 방문하게 되었다. 학교생활을 마치고 방문하게 되어서 해가 지고 있었고 그날따라 유난히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서 회색빛 하늘이었다.

이장님이 알려주신 장소는 독징이 캠핑장 옆에 나무로 된 건물이었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큰 은행나무 두 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에는 초록빛에서 갓 노란빛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는데 지금은 은행잎이 떨어지고 있어서 가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어둑어둑한 장소에 주황빛으로 빛나는 나무집은 감성적인 분위기가 넘쳐났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장님은 커피를 내리고 계셨고 우리가 오자마자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안내해주신 자리에 앉았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책들과 LP판이 있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카페처럼 다양한 차와 커피들이 있었다.

요즘 한창 뜨는 한가한 장소에 만들어진 카페 같아서 이장님께 “여기는 뭐 하는 곳이에요~?”라고 물었더니 “여기는 내 놀이터야~ 놀이터~! 여기서 할 일 다해~”라고 말씀하셨다. 아직 많은 대화를 한 시점은 아니었지만 이장님은 자신이 꿈꾸는 일을 하시는 분 같았다.

이장님이 내려주신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장님은 이 카페 같은 곳을 도서관으로 만들고 싶고 LP판도 활용을 잘 하고 싶다고 하셨다. 책장 한가득 그 얇은 판들이 꽉 채워져 있었는데 살면서 LP판을 제일 많이 본 날이지 않았나 싶다.

LP판에서 넘어간 주제는 음악회였다. 동정리에서는 매년 음악회를 열었다고 한다. 각 집마다 음악에 관심 있어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몇 사람만 모여도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진다고 하셨다. 올해는 다른 일 때문에 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셨다.

이 음악회와 더불어 동정리에서는 호롱불 축제도 한다고 했다. 마을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마을이 불을 다 끄면 들어오는 입구에 가로등 두 개만 켜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 각 집마다 호롱불을 켜놓으면 정말 아름다운 경관이 연출된다고 했다. 요즘 같이 빛 없는 곳을 찾아보기 드문데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다른 곳과 접촉이 되지 않아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동정리 분들이 정말 아름답게 사시는 것 같았다.

이장님은 마을을 생태적으로 가꾸는 것에 관심도 많으신 분이었다. 예지는 조경학과 나는 원예학과이기 때문에 이장님이 다 너무 좋은 과들 아니냐고 그러셨고 나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꽃을 한 군락으로 심으려면 어떤 것이 좋을지, 이장님이 심어본 경험담 등 전공과 관련된 이야기도 오갔으며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물어봐 주셨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면 구체적으로 답을 해드렸을 텐데 아직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세히 답을 못해드린 것이 참 아쉬웠다.

그리고 나중에 이장님은 마을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테마로 마을을 꾸미고 싶다고 하셨다. 이장님이 마을에 관심이 많은 만큼 마을 서포터즈인 우리에게도 이 활동이 마을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하셨다. 우리도 예쁜 마을을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워서 도움이 되는 쪽으로 콘텐츠를 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을 지금 만나게 돼서 너무 아쉽고 이 활동이 끝나도 다양한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것을 구경하러 오자고 예지와 이야기를 하였다. 이제 콘텐츠가 마무리가 된다.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그곳에서 있었던 추억 새록새록 떠올랐다. 한 계절의 추억을 마을과 함께해서 참 좋았던 시간이다.